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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홀릭 라이프1 - 혐한주의자들에게 날리는 통쾌한 카운터펀치,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감독 이이일하

마이 홀릭 라이프 1

인터뷰
  장보영
사진  주민욱
장소 협조 홍대 1984 



혐한주의자들에게 날리는 통쾌한 카운터펀치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감독 이일하





사건 사고 소식이 연발하는 TV 뉴스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 혐오 발언)’라는 단어를 종종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을 겨냥한 일본인들의 격렬한 혐오 시위를 ‘헤이트 스피치’라 명명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헤이트 스피치란 전 세계를 막론해 특정한 인종, 국적, 종교, 성별, 외모 등을 부각시켜 타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혐오 ·  차별 ·  폄하 발언을 통칭한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혐한 시위가 대표적이며, 현재 대한민국 전역에서도 여성, 동성애자, 외국인 근로자, 탈북민, 난민 등을 타깃으로 헤이트 스피치가 넘쳐나고 있다.
이일하 감독의 신작 <카운터스>는 이 ‘헤이트 스피치’라는 다소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감독 특유의 표현 기법으로 경쾌하게 풀어낸 리얼 액션 다큐멘터리다.
일본의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2013년 결성된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가 재일 한국인을 겨냥해 극렬한 혐오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반(反)혐한’을 외치는 혐오 저지 비밀결사대 ‘카운터스’가 등장하며 상황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다큐멘터리 <카운터스>는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와 격렬 대응했던 ‘카운터스’의 대활약을 다룬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혐한 반대 일본 시민들의 모임인 ‘카운터스’, 그중 무력 제압 부대 ‘오토코구미(男組)’의 대장 다카하시 씨는 전직 우익이자 야쿠자임에도 불구하고, 뜻한 바 혐한 시위의 비인간성에 반기를 들고 때로는 폭력까지 써가면서 치열하게 대응해 일본 최초‘혐오표현금지법’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개성 넘치고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한 다카하시 씨를 통해 영화는 진정한 의미의 정의와 폭력이 무엇인지 묻는다. 
<카운터스> 한국 개봉을 앞두고 이일하 감독과 때마침 방한한 ‘카운터스’ 초창기 멤버 이토 씨를 만나 영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인 감독이 일본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감독님, 만나고 싶었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다큐멘터리 <카운터스>를 만든 감독 이일하입니다.
2000년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영화 공부를 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는 올해 1월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어떤 작품을 만들어오셨나요? 

가장 처음 만든 작품은 일본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노동을 하는 한국인 아주머니가 산재를 겪고 가나자와에 있는 노동조합과 함께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구요,
스타벅스 반대 퍼포먼스 다큐멘터리도 찍었어요.
나가노에 들어선 스타벅스가 세계 최고 판매로 기네스북에 오르면서 그 주변 커피숍들이 하나둘씩 망해가는 모습을 담아냈죠.
도쿄마라톤이 열릴 때 도쿄의 100군데가 넘는 스타벅스를 급수대로 이용하면서 당당하게 ‘스타벅스 반대!’를 외쳤어요.(좌중 웃음)
일본 해안가를 따라 모터사이클을 타고 무전여행을 하면서 셀프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네요, <울보 권투부>는 어떤 작품인가요?

<울보 권투부>는 조선학교인 ‘도쿄조선중고급학교(도쿄조고)’의 열여덟 살 권투부 소년들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 사회에서 차별을 받으면서도 꿈을 향해 고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예요.
권투를 통해 차별이라는 장애물에 당당히 저항하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죠.


영화를 공부하러 특별히 일본에 간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미국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IMF가 터졌어요.(웃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는 미국보다 일본이 낫겠더라구요.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가게 된 일본이 저의 영화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네요.


이토 씨에게도 질문 드릴게요. 일본에서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이번에 한국에는 어떤 이유로 오시게 됐나요?

이토
일본에서 부동산업과 건설업을 하고 있습니다.
7월 14일 열린 ‘서울 퀴어 퍼레이드’에 응원 차원에서 왔어요.
일본에서 ‘카운터스’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LGBT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상당수가 겹쳐요.
저의 경우도 ‘카운터스’ 활동을 하다가 LGBT 운동으로 관심 영역이 넓어졌죠.
오랜 시간 동안 차별과 혐오의 시선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더 깊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혐한 시위를 저지하는 다양한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


감독님, 다큐멘터리 <카운터스>는 어떤 작품인가요?

<카운터스>는 일본 내 극심한 사회문제인 혐한 시위에 맞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으며 일본 최초 ‘혐오표현금지법’을 이끌어낸 일본의 혐오 저지 비밀결사대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우연히 혐오 데모를 목격한 야쿠자 다카하시 씨가 야쿠자를 그만두고 ‘카운터스’ 편에 서게 되면서 시위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죠.


일본 유학 중 직접 목격한 혐한 시위가 <카운터스> 촬영의 계기였다면서요.

신오쿠보의 코리안 타운에서 직접 목격한 혐한 시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체험이었어요.
정말 굉장한 규모였죠.
이전에도 신문이나 잡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혐한’ 문제를 관심 있게 봐오긴 했지만, 매체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건 천지 차이더라구요.
현장이 굉장히 시끄러웠는데 갑자기 모든 소음이 일순간에 사라지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혐한 시위 현장에서 오싹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을 받았다면서요?

데모 현장에 나오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보면 일본 사회에서 결코 강자는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그들이 왜 데모 현장에 나오느냐?
그들도 사회의 어느 부분에 불만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표적을 ‘재일 한국인’으로 잡은 거죠.
데모 현장에 나와 히죽대고 웃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니 도대체 이게 웃긴 현실인지, 슬픈 현실인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촬영할 때 그 웃음을 특히 클로즈업해서 찍었어요.
이 웃음의 정체가 대체 뭔가 싶어서요.
어찌 보면 소름 돋기도 하고 어찌 보면 웃기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이토 씨 생각도 궁금하네요.
혐한 시위를 하는 일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이토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모이죠.
우선 혐한 시위에 나오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어려운 환경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공공의 적에게 투사시킨 뒤, 그들을 공격함으로써 그 분노와 불안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있어요.
이들 중에는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포함돼 있구요,
단지 즐거움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있죠.
섬나라인 일본의 경우 일본이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외국인 문제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이력이 있어서 일본 내 한인들을 더 무시하고 혐오하는 성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말이죠.


이토 씨는 2013년에 어떻게 ‘카운터스’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이토
일본의 소설가 노마 씨가 트위터를 날렸어요.
‘우리 사회에 지금 재일 한국인을 혐오하는 굉장히 험난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한번 저지해보자’는 내용으로요.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 참가해보기로 했어요.


왼쪽부터 이일하 감독과 이토 씨.


감독님은 ‘이런 현상을 영화화해야겠다’고 어느 순간 결심하셨나요?

2013년 ‘카운터스’ 활동을 하는 ‘오토코구미’라는 조직을 발견했을 때요.
‘아, 이건 무조건 찍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다짜고짜 ‘오토코구미’를 찾아갔어요.
같이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고. 다카하시 씨를 비롯해 그분들 앞에 공손히 앉아 면접을 봤어요.
무서웠죠.(웃음)
다카하시 씨가 생각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일주일 후에 ‘한번 같이 해보자’고 답이 왔어요.


‘카운터스’ 활동 이전에는 혐한 데모에 반대하는 시위가 없었나요?

이토
있긴 했으나 3~4명의 사람들이 모여 소규모로 진행됐어요.
그들은 100명 이상이 결집한 ‘혐한 시위대(극중 재특회)’를 향해 ‘그만 두시라’고 아주 정중하게 말했죠.
물론 효과는 없었어요.
재특회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린치를 당하기 일쑤였죠.
‘오토코구미’가 나타나면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어요.
‘카운터스’ 활동을 하는 90%가 일본 사람이라면서요.
그 점도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었어요.
성별도, 나이도, 학력도, 정치적 사상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재특회의 혐한 시위에 맞서 싸우는 이유는 분명해요.
‘차별과 혐오는 옳지 않기 때문’이에요.
일본 사회에서 재일 한국인들은 약자의 위치에 있기에 아무래도 움츠러들어 있어요.
그래서 재특회의 모든 움직임들이 사실 공포스럽죠.
재일 한국인들은 재특회의 말과 행동에 상처와 고통을 크게 받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일본 사람들에게는 그 충격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재특회가 보내는 그 혐오를 ‘카운터스’들이 흡수하겠다고 결심한 거죠.
재특회가 보내는 그 혐오가 재일 한국인들에게 가지 않도록 벽이 돼보겠다는 거죠.
재특회가 확성기를 켜고 소리를 크게 지르면 ‘카운터스’들도 똑같이 확성기를 켜고 소리를 크게 질러요.
그 소음을 없애버리려구요.


촬영하면서 재특회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지는 않으셨나요?

그런 순간이야 많았죠. 촬영을 못하게 하거나 방해하고, 데모대 안에 잘못 들어가 린치를 당하기도 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도 계속 방해를 했구요.
나쁜 놈으로 오해 받아 경찰에 끌려가기도 하고. 너무 힘들었어요.



다큐멘터리에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씨’를 찬찬히 인터뷰한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어떤 꺼림칙한 느낌을 받진 않으셨나요?
저는 사쿠라이 씨를 볼 때 마치 우리나라 태극기부대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웃음)

아무래도 감독으로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입장이다 보니 제 감정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양쪽의 생각과 입장을 담아내려 노력했어요.
논리적으로 틀린 부분에 대해 반박은 했구요. 반박과 반박이 반복되는 인터뷰를 4시간 정도 진행했어요. 그렇게 다다른 사쿠라이 씨의 귀결점은 ‘너희 한국도 우리 일본에 (혐오 발언이나 행동) 똑같이 하지 않느냐’였어요.
전혀 해결점을 찾을 수 없었죠.


‘혐오’와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다


음향, CG, 자막 등의 편집적인 부분에 영화적 재미를 가해 혐한 시위라는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카운터스’ 활동하시는 분들이 원래 스타일리시하게 시위를 하시더라구요.
포스터나 플래카드 하나를 만들어도 재능기부로 현업 디자이너들이 붙을 정도구요.
이분들이 이렇게 감각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그걸 담아내는 저도 유쾌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혐한’ 자체가 무거운 주제잖아요.
그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 풀기는 정말 싫었어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등 지난해와 올해 <카운터스>가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있는데요,
초기 제작 지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는 심사에서 많이 떨어졌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이유가 뭐였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음향, CG, 자막 같은 부분이 아이러니하게도 피칭에서는 굉장한 악요소였어요.
제작 지원을 유치할 때 영화 스타일을 대략 보여주는 짧은 데모 필름을 제공하는데 제 영화 스타일이 전형적이지 않아 싫어하는 심사위원 분들이 많더라구요.
‘다큐멘터리는 이래야 해, 이런 게 좋은 다큐멘터리야, 그런데 뭐 이렇게 정신이 없냐’는 거죠.
그런데 그냥 제 스타일로 밀어 붙였어요.
그리고 해외에 나가 공동 제작을 유치하려는 피칭을 많이 했는데, 특히 일본에서 심사
위원으로 오신 분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어요.
저에왼쪽부터 이일하 감독과 이토 씨에게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고소하겠다’는 분도 있었구요.
그렇게 분위기가 나쁜 쪽으로 빠지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가 힘들었죠.


피칭 중 특히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 피칭을 할 때는 피칭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싸움을 하기도 했어요.
심사위원으로 오신 분이 일본인이었는데, 저에게 ‘당신은 일본 내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본 혐한 문제를 찍을 자격이 없다’는 반발을 하더라구요.
황당했죠.
그분이 일본에 있는 N모 방송국 PD라서 한국 작품을 많이 수입해가는 입장이었거든요.
그 앞에서 저는 제가 이 작품을 찍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쭉 설명을 하고, 반발은 또 다른 반발로 이어지고, 피칭은 물 건너가고….
이 사건은 피칭계의 전설로 남아 있어요.(웃음)


이토 씨는 완성된 <카운터스>를 어떻게 보셨나요? 

이토 일본에서도 ‘카운터스’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몇 개 있었어요.
그런데 대체로 굉장히 정중하고 또 지루했죠. 그런데 <카운터스>는 우선 굉장히 재미있어요.
혐오나 차별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죠.


<카운터스>의 빛나는 주연 다카하시 씨에게 감독님 또한 엄청난 매력을 느꼈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폭력’으로서 ‘악’에 맞선다는 것에 끌렸어요.
다카하시 씨 같은 경우 복잡하게 따지고 계산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거든요.
기자님도 영화 보면서 느꼈겠지만 다카하시 씨 보면 굉장히 단순한 사람이잖아요.
‘나 쟤네들 하는 짓 너무 꼴 보기 싫어.
그러니까 내가 저지할 거야’라고 몸으로 보여줬죠.
그 단순함이 좋았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없는 걸 하기 때문에, 제가 가지지 못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다카하시 씨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야쿠자 세계에 있었던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카하시 씨는 굉장히 온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구요.
그런 극단적인 성격들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저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이토 씨가 본 다카하시 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이토 지금까지의 사회운동 안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종류의 사람이었죠.
처음 보는 타입의 사람, ‘저 인간 대체 뭐지?’ 하는 호기심을 일게 만드는 사람.
모히칸 헤어스타일에 온몸의 용 문신을 한 사람이 진보 사회운동 안에 들어와 시위에 참여하면서 생계가 쪼들리고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경찰에 연행되고 그랬던 거예요.(웃음)




한국 사회 곳곳에도 혐오의 문제가 팽배해 있죠.
남녀 성차별, 동성애자 차별, 유색인종 차별, 외국인 노동자 차별 그리고 최근에는 예멘 난민 문제가 그렇잖아요.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멘 난민의 국내 입국 허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신기하게도 <카운터스>에 등장하는 재특회 의견과 100% 똑같아요. ‘난민들이 오면 폭행, 살인, 강간률 늘어난다,
일자리 빼앗긴다’ 등등 난민에 대한 어느 사회의 공격들, 외국인 혐오에 대한 접근들이 일정 정도 정형화돼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묻고 싶어요.
‘진짜 난민들과 옆에서 살아봤느냐’구요.
<카운터스>에서 혐한 시위하는 사람들도 똑같아요.
재일 한국인 옆에서 살아본 사람이 거의 없어요.
실체도 잘 모르면서 그냥 무언가를 뺏길까 봐 두려운 거예요.
재특회와 지금 대한민국에서 난민 입국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너무 똑같아요.
신기할 정도로.


아무래도 낯선 이민자에 대한 이질감과 불안함이 사람들의 심리에 작용하는 것 같아요.

실질적인 범죄가 생긴다면 그건 확실히 처단해야죠.
그런데 외국인, 특히 약자인 난민의 지위로서 남의 나라에 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난민들은 도항 금지예요.
이렇게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함부로 좁은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겠어요.
자기 인생이 걸려 있는데.
잡히면 바로 추방인데.
저도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외국인이 굉장히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어딜 가든 항상 외국인 등록증 휴대해야 하구요.
일본 경찰도 어떤 사람이 수상한 외국인 같다고 여겨지면 막 붙잡아서 가방 뒤져 마약 있나 확인하고 그래요.


그렇다면 현재 벌어지는 난민 문제에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한국에는 난민법이 있고 한국은 법치국가니까 난민법대로 하면 된다고 저는 봐요.
그 법대로 하면 되지, 더 이상 왈가왈부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사실 이번 문제는 난민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의 문제예요.
사람의 문제인 거지, 난민 문제로 끌고 가 잘못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건 잘못된 거죠.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해요.
더 큰 문제는 그 두려움,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혐오와 불안을 조장하는 거예요.




같은 내용도 어떻게 새롭게 표현할 것인가


<카운터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나요?

단순히 재일 한국인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해요.
한국인들에게 재일 한국인의 현실을 봐달라고 말하려는 의도는 크게 없어요.
일본인들이 일본 사회에서 자기의 사회를 지키는 방식의 활발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혐오와 폭력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폭력이란 무엇일까. 저는 이 작품에 세 가지 폭력을 그려냈어요.
하나는 재특회가 행하는 폭력, 다른 하나는 다카하시 씨의 주먹이 보여주는 폭력, 마지막으로 국가에서 행하는 폭력.
우리는 대개 눈에 보이는 주먹을 폭력이라 말하죠.
하지만 국가의 폭력은 비록 그 밀도는 약해도 공기처럼 만연해 있어요.
어떤 게 더 큰 폭력일지, 그래서 어떤 게 더 중요한 건지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다큐멘터리는 무엇인가요?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어떤 메시지를 일부러 넣으려 한다든지, 어떤 메시지를 줄지 생각하면서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작품에 굳이 의도된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영화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수많은 요소들 또한 궁극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작품이 좋은 다큐멘터리라 생각해요.


현재 구상하는 작품은요?

어느 재미있는 뮤지션을 촬영하고 있어요.
배경은 한국이구요.
일본과도 관계는 있어요.
그 뮤지션의 이야기를 뮤지컬 다큐멘터리로 풀어보려 해요. <라라랜드>
라든지 <베이비 드라이버>처럼요.
뮤직 다큐멘터리는 있는데 ‘뮤지컬스러운’ 다큐멘터리는 없잖아요.
학창시절에 제가 음악을 했거든요.
모든 예술의 원천은 음악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울보 권투부>와 <카운터스>에 이은 인권 시리즈는 아직 구상 중이에요.
LGBT 이야기일 수도 있구요.


이토 씨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이토
개인적으로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저의 가치관이 완전히 변했어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거든요.
그것이 결국에는 가족,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예전에는 돈을 쫓아 살았어요.
놀기 좋아하는 철부지 인생이었죠.
그런데 대지진 이후로 여러 사회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2013년 ‘카운터스’ 활동 이후 재특회 인원이 굉장히 많이 줄었고, 이제는 예전 같은 대규모의 재특회 데모는 불가능해요.
그럼에도 여전히 데모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재특회 대표 사쿠라이 씨가 도쿄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사쿠라이 씨는 도쿄시장 선거에 출마해 11만 표를 얻고 5위에 올랐다)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계획이라 보여요.
헤이트 스피치를 정치적 연설로 보호받기 위해서요.
재특회의 정치 활동을 저지하는 것이 ‘카운터스’가 앞으로 할 일이라 생각하구요.
결국에는 재특회 역시 우리가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들의 자기반성이 있어야겠죠.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의 지향점이 궁금합니다.

‘새로움’이요.
영화의 주제라든지 메시지나 줄거리는 솔직히 크게 새로울 게 없어요.
줄거리가 새로워봤자 얼마나 더 새롭겠어요.
역사를 거슬러봐도 세상에 얼마든지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은 이미 충분히 많아요.
그런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새로움이 제가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찾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새로움에 대한 갈구가 항상 있어요. 다큐멘터리가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중립적인 다큐멘터리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현실에서 어떤 캐릭터를 발견해 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것과 그것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 이 두 가지
가 잘 융합됐을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햐요.






이일하
한국에서 태어나 2000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다 마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다큐멘터리 전공으로 니혼 대 학에서 석사과정, 오사카 예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 료했다.
한국인 불법체류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노동 문 제를 다룬 <당신을 위한 행진곡>(2003), 다국적 기업이 일으키는 문제를 고발한 <라테지수>(2006)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일본에서 만들었다.
일본의 혐한 시위에 맞 서는 집단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다룬 최근작 <카운터스> 는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8월 15일 한국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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