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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손글씨 일기 - 아이는 두 발로 서서 나를 세운다

이윤선의 손글씨 일기

사진과 캘리그래피  이윤선



아이는 두 발로 서서 나를 세운다




어느 날부터 아이가 붙잡고 일어서기를 시도했다.
조그만 두 손으로 무엇이든 부여잡고 흔들흔들하면서도 굳이 일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 꽈당 넘어지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또 눈앞에 보이는 것을 꼭 쥐고 비틀거린다.
아이는 낑낑대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더니 기어이 일어나고야 만다.
한 뼘밖에 안 되는 그 조그맣고 짧은 다리로 자꾸만 넘어지고 자꾸만 일어서서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갑자기 '아, 나 진짜 똑바로 잘 서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둘러싼 식구들 모두 손뼉을 치면서 웃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소매 끝으로 눈물을 훔쳤다.
저 조그만 얼굴에도 성공한 만족감이 가득할 수 있구나.
저 조그만 다리로도 기어이 설 수 있구나.
저 작은 손으로도 넘어지지 않게 꼭 쥘 수 있구나.
저 작은 머릿속으로도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저 조그맣고 작은 아기가 자꾸만 자꾸만 자라는구나.
왜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이 많이 났다.
아이는 어느새 자기의 두 발로 서고 싶어 하고 또 어느새 또렷하게 서서 나를 세운다.
자기의 작은 두 발로 서 있는 것을 보게 하면서 내 마음을 세우고, 나라는 보통의 사람을 세운다.
나의 아이가 두 발로 서서 나를 보았을 때 흔들리지 않고 잘 서 있는, 누구보다 반듯하게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아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조그만 아이가 자꾸 날 내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사람으로 다름 아닌 '엄마'로 살라고 한다.



필자소개 이윤선
단지 손글씨로 쪽지 한 장 써주었을 뿐인데 그 글씨에 반한 남자친구와 사귀게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고, <해피투데 이>와 인연도 맺게 되었다.
‘고맙습니다’와 ‘미안합니다’를 잘 말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나 눈에는 잘 보이지 않 는 것들을 자주 생각하고 걱정하고 잊고 떠올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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